내수 부진과 원가·인건비 상승으로 국내 외식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외식 브랜드가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Haidilao)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이디라오코리아는 2025년 약 1,1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전년 매출 약 781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도 약 202억 원으로 전년 약 110억 원에서 크게 늘었다. 매출총이익은 약 899억 원으로, 매출총이익률은 약 76%에 달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대기 인원이 수백 명까지 늘어나고 두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까지 나타날 정도로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다.
그렇다면 하이디라오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4개 테이블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는 1994년 창업자 장융(Zhang Yong)이 중국 쓰촨성 젠양에서 시작한 훠궈 전문점이다.
출발은 작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하이디라오는 훠궈의 맛만으로 경쟁하기보다 처음부터 다른 식당과 구별되는 ‘서비스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창업자 장융은 음식의 맛과 품질은 기본적인 경쟁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고객이 식당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경험하는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지금은 하이디라오의 상징처럼 된 독특한 서비스들이다.
매장에 따라 고객이 기다리는 동안 무료 네일 케어를 받을 수 있고 간식과 과일,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식사 중에는 직원들이 펼치는 수타면 퍼포먼스와 중국 전통 변검 공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생일을 맞은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열거나 혼자 방문한 고객의 맞은편에 대형 인형을 놓아주는 서비스도 유명하다.
식당에서 일반적으로 ‘불편한 시간’으로 여겨지는 대기 시간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바꾼 것이다.
하이디라오는 식사가 아니라 ‘경험’을 판다
하이디라오의 경쟁력을 단순히 친절한 서비스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핵심은 고객이 매장에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순간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대기 시간에는 네일 케어와 간식이 있고, 식사 시간에는 소스 조합과 다양한 식재료를 직접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수타면 공연이나 생일 이벤트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 더해진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다.
실제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는 하이디라오의 독특한 서비스와 자신만의 소스 제조법, 메뉴 조합, 생일 이벤트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콘텐츠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구조다.
고객 경험 자체가 광고가 되는 셈이다.
직원의 재량까지 ‘서비스’로 만들었다
하이디라오의 또 다른 특징은 서비스가 완전히 매뉴얼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직원이 고객의 상황을 보고 메뉴를 추천하거나 시식을 제공하는 등 일정 부분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단골 고객 관리도 적극적이다. 한국에서는 일정 등급 이상의 회원에게 전담 관리자를 배정해 예약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단순히 ‘음식을 먹었다’는 경험보다 ‘대접받았다’는 기억이 남게 된다.
이 차이가 하이디라오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맛있는 훠궈는 많지만 ‘하이디라오 경험’은 다르다
외식업에서 음식의 맛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만으로 장기적인 차별화를 만들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레시피는 따라 할 수 있고 인기 메뉴 역시 빠르게 복제된다.
반면 고객이 매장에서 느끼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복제하기 어렵다.
하이디라오가 만들어낸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훠궈 자체는 다른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하면서 네일 케어를 받고, 자신만의 소스를 만들고, 수타면 공연을 보고, 생일 이벤트를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은 하이디라오라는 브랜드와 연결된다.
음식에 ‘경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광고비보다 고객이 이야기할 이유를 만든다
하이디라오의 사례가 외식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좋은 음식과 좋은 제품은 이제 기본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다음 경쟁은 고객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하고, 무엇을 기억하게 하며,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만드는지에서 벌어진다.
특히 SNS 시대에는 이 차이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 수천만 원을 들여 광고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는 것보다 고객 한 명이 매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을 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올리는 것이 더 강력한 마케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이 시간을 보내고, 즐기고, 기억하고, 공유하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 혁신처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고객이 어디에서 기다리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지부터 다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하이디라오가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혁신이 아니다.
고객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갈수록 비슷한 상품과 비슷한 매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다정함의 혁신’이야말로 가장 복제하기 어려운 브랜드 콘텐츠이자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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