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교회 현관문을 항상 열어놓습니다.
사랑은, 열린 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는 문. 그리고 아직 구원의 문이 열려 있다는 마음을 담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현관문을 열어둡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던 며칠 전이었습니다.
중년의 남자 한 분이 열린 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마침 복도에 있던 저는 빠른 걸음으로 나가 그분을 맞았습니다.
"아이구~ 어떻게 오셨습니까~?"
“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요?”
“아이구, 그럼요. 그럼요.”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따라드렸습니다. 주방 냉동실을 열어보니 마침 아이스크림도 있어서 하나 꺼내드렸습니다.
그렇게 잠시 마주 앉았습니다.
물을 마시는 동안 눈을 보고,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살았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있고, 거의 장성한 두 자녀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정 안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내와 크게 다툰 뒤 집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서럽고, 날은 너무 덥고….이제는 살아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죽으려는 마음이었다고.
길을 걷다가 인근의 어떤 종교시설에도 들어가 보았답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열린 문을 보고 그냥 들어왔다고 합니다.
“목사님이 이렇게 나와서 반겨주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시니까 너무 감사합니다.”
평생 교회에 들어와 본 것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얼마간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제가 물었습니다.
“예배당 구경 한 번 시켜드릴까예~?”
지역 어른들과 이야기할 때면 저도 모르게, 아니 일부러 사투리를 조금 더 씁니다. 그분은 좋다며 따라 올라왔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 강대상 쪽의 은은한 조명 하나만 켰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둘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분은 잠시 말없이 예배당 안을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감상에 잠긴듯 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들어와 봅니다. 마음이 편안하네요.”
아주 짧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혹시 연배가 어떻게 되십니까?
"아따마 행님이네예~"
"행님, 혹시 제가 기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자신은 기도를 할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해드릴게요.”
손을 마주잡았습니다.
“하나님, 아시지요. 한 영혼을 살려주십시오. 마음을 만져주십시오.” 길지 않게 이어서 기도를 마쳤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분이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목사님… 죽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시원한 물 한 병을 손에 쥐여드렸습니다. “또 오이소. 꼭 다시 봅시다.”
그렇게 그분은 들어왔던 열린 문으로 다시 걸어 나갔습니다. 평생 한 번도 예배당에 들어와 본 적 없었던 한 사람이 열린 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열려 있는 문 하나,
시원한 물 한 잔,
잠시 마주 앉아 들어주는 시간,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도 형편도 이미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 드린 짧은 기도.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대단한 일을 준비하고 있을 때보다, 그저 문 하나 열어두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영혼을 그 문 앞으로 보내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또 들어올지는 모릅니다.
물을 마시러 올 수도 있고,
쉬었다 가려고 들어올 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을 품고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도 문을 열어둡니다.
교회의 문도,
그리고 그 문 앞에 서 있는 제 마음도.
사랑은, 열린 문입니다.
출처: 사천중앙교회 손화목 목사 글














Responses (0 )